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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 사회 2021

교외 지역은 순 도시 지역과 순 촌락 지역 사이의 '도촌 접점 지역'이라는 지리학적 용어로 정의한다. 이것은 도시로부터의 접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도시 주변 지역과 촌락 주변 지역으로 구분하는데, 교외를 아우르는 ‘점이 지대’ 란 두 도시를 축으로 주변 지역의 경계가 서로 겹쳐진 지역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이 지대는 사회학이나 지리학적 구조로 대부분 도시 인접 가능성과 연계성, 인구 특성 등에 의해 지역의 가치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다른 관점에서, 서로 다른 문화나 성향이 겹치고 섞이는 과정으로 인해 새로운 문화 혹은 풍경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의미가 된다. 나는 2013년쯤부터 교외에 살게 되었고 그동안 풍경의 가변성을 경험해 왔다. 우리가 변두리라고 부르는 교외 지역은 도시로부터 밀려난 시설이나 공단 등의 구역들이 밀집되어 있으며 그 주변은 장기간 방치된 공터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양상 아래 형성되는 소위 점이 지대로 분류되는 교외는 다른 말로 ‘잔여 지대’ 이다. 도시 경계에서 점점 밀려나면서 점이 지대는 확산되고 동시에 도시를 지향하는 욕망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이 풍경은 매우 가변적이고 일시적이며 공간의 이동이 잦다. 이런 성향은 불완정성과 익명성의 느낌에 가깝다. 내가 처음 느꼈던 변두리의 불안정한 풍경들은 매우 혼란스럽게 혼재되어 있는 임시적 장소였다. 이 임시성은 어떤 풍경으로 명징하게 규정되지 않은 미완으로 점철된 불완전한 풍경이었다. 이런 뉘앙스는 마치 도시를 주축으로 끊임없이 소비되는 지역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아마도 '부유하는 풍경' 이라는 표현이 교외라는 변두리 혹은 점이 지대(잔여 지대)를 가장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안에서 서로 익숙하지 않는 레이어들이 어느 순간 겹쳐지면서 만들어낸 불안정한 장면들을 본다. 불특정한 장면(레이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불안정성의 풍경은 한편으로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풍경이고 장면이다. 이 조악한 변두리의 풍경은 어떤 상황의 특정한 개입이나 특정 시간대에 극적인 장면으로 다시 발견된다. 이런 경계의 장소인 폐허의 풍경들로부터 찰나의 순간에 드러내는 '정체성'을 경험하게 될 때 그 어떤 장면보다도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주변부이면서 동시에 풍경의 가치로부터 누락된 이 교외 사회는 미묘한 떨림이 있고 불안이 응축된 자리이며 동시에 회화로 연결된 나의 자리이다.

안경수 (작가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