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

 

나는 풍경을 그리는 화가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말하는 것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방식은 그 사람에게 형식(style)이 되고 작업의 태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내 작업 과정은 부분 마스킹테입 사용 외엔 꽤 고전적인 방식에 가깝다. 붓은 내가 유일하게 페인팅 과정에서 다루는 도구다. 붓은 나에게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려운 도구다. 그 민감함을 갖는다는것 자체가 내 신체(가장 훌륭하지만 민감한 도구인,)와 가까울 수 있고 내가 얼마만큼 민감한 영역에까지 나를 조정 하느냐에 따라 붓은 내가 원하는데로 반응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붓은 나에게 가장 가깝지만 가장 많은 노동이 반영되는 도구이다.

붓을 대신할 수 있는 여러 기계 도구들은 그런 노동을 최대한 줄여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 아마도. 그러나 가장 민감한 신체로부터 얼마만큼 내가 원하는 표현의 영역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는 적어도 내가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 몸과 기계 도구의 프로세스는 완전히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시도해 본 적도 없었지만, 그런 기계도구가 수많은 붓질과 시간을 줄여줄 수는 있을지 모르나 나에겐 너무 먼 도구들이다. 그래서 수백번(?)의 붓질이 필요하지만 민감 하면서도 가장 나에게 가까운 붓을 선택했다.

내 그림의 표면은 너무도 매끈하다. 그 이유는 아크릴물감을 수도 없이 엷게 겹쳐 그리기 때문이다. 옅은 점성의 반복되는 물감의 겹침과 붓질은 캔버스 표면을 점점 더 매끈하게 만들어 나갔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 오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방법이다. 단순하게도 나는 그림을 쓸데없는 고민없이 풍경을 직관적으로 그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풍경을 관찰하고 그리는 내 나름의 방식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풍경이 되는 구조를 관찰했고 따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풍경을 이루는 모든 장면 속의 레이어를 차례대로 그려 나갔다. 이후에 나는 풍경의 가장 먼 뒤에서부터 차츰 가까이 있는 풍경까지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저마다 다른 거리상의 레이어(겹)는 쌓이고 쌓여서 풍경이 되었고, 수없이 올라간 색은 쌓이고 쌓여서 캔버스 위에서 색이 완성되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가장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다. 나는 이것이 회화가 원하는 필연적인 요소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최대한 머리를 쓰지 않고 풍경을 학습하고 그려낼 수 있는 적합한 방식이라는 거다.

이번 전시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서 느끼는 점들이 있다. 내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은 나의 노고를 쓸데없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 아니다. 그것이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지는 않으니까.

단지 화가에게 있어서 그리는 방식을 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이고, 그 방식이 화가의 의도와 태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짧고 단순한 재고 때문이다.

안경수